사주 작명은 발음오행·자원오행·수리오행으로 부족한 기운을 채우는 전통 방식이지만, 한자 이름이 없고 출생 정보가 불완전한 반려견에는 발음오행만 빌려 쓰는 것이 현실적이다. 개는 이름의 뜻보다 소리에 반응하므로 1~2음절의 또렷한 이름을 먼저 추리고 명령어와 겹치지 않게 골라야 한다. 그 후보 안에서 원하는 기운의 첫소리 오행을 가진 이름을 고르면 부르기 쉬우면서 의미도 담을 수 있다.

전통 성명학에서 말하는 사주 작명은 태어난 사주(생년월일시)에서 부족한 기운을 이름으로 채운다는 발상이다. 사람 이름을 지을 때는 대체로 세 가지 오행을 함께 따진다.
발음오행은 이름을 소리 낼 때 첫소리의 오행을 본다. 자원오행은 한자의 부수와 뜻에 담긴 오행을, 수리오행은 획수를 천격·인격·지격으로 나눠 서로 상생하는지를 따진다. 이 세 가지를 맞춰 사주에 모자란 오행, 이른바 용희신을 보완하는 것이 작명의 핵심이다.
여기서 짚어둘 것이 하나 있다. 사주 작명은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둔 믿음 체계이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은 아니다. 그러니 반려견 이름에 빌려 쓴다면 '기운을 바꾼다'는 확신보다, 이름에 의미와 방향성을 담는 하나의 재미난 틀로 접근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Cara Denison
문제는 이 원리를 개에게 그대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자원오행과 수리오행은 한자 이름을 전제로 한다. 반려견 이름은 대개 한글 애칭이라 한자 획수나 부수를 따질 대상이 없다. 둘째, 사주를 제대로 뽑으려면 태어난 연·월·일·시가 필요한데, 입양한 강아지는 정확한 출생 시각은커녕 생일도 추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네 기둥 중 몇 개가 비어 있으면 부족한 오행을 정밀하게 계산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실적인 선택은 세 요소 가운데 발음오행만 빌려 쓰는 것이다. 발음오행은 한글 소리만 있으면 적용되니 반려견 이름과 궁합이 잘 맞는다. 전통 성명학은 첫소리를 오행으로 나눈다. ㄱ·ㅋ은 목(木), ㄴ·ㄷ·ㄹ·ㅌ은 화(火), ㅇ·ㅎ은 토(土), ㅅ·ㅈ·ㅊ은 금(金), ㅁ·ㅂ·ㅍ은 수(水)로 본다.
이제 실제로 이름을 고르는 순서를 정리해 보자. 개에게는 사주보다 소리가 먼저다.
동물은 이름의 뜻보다 소리에 반응한다. 그래서 강아지는 1~2음절의 짧고 또렷한 이름에 가장 잘 반응한다. '보리', '콩이', '두부'처럼 간결한 이름이 인기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끝소리가 모음이면 부드러운 느낌을, 자음이면 또렷하고 강한 인상을 준다.
반드시 피해야 할 것도 있다. '앉아', '이리와', '안 돼' 같은 훈련 명령어와 발음이 비슷한 이름은 개가 헷갈린다. 예뻐도 이런 이름은 후보에서 빼는 편이 낫다.
여기에 발음오행을 얹으면 의미가 더해진다. 순서는 이렇게 잡으면 된다. 먼저 반려견에게 바라는 성격이나 분위기를 정한다. 활발하고 따뜻한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면 화(火)에 해당하는 ㄴ·ㄷ·ㄹ·ㅌ 소리를, 차분하고 안정된 기운을 담고 싶다면 토(土)의 ㅇ·ㅎ 소리를 첫소리로 골라 후보를 만든다. 예를 들어 '루루'나 '라온'은 화 기운이, '하루'나 '온이'는 토 기운이 앞에 온다.
그다음 그 후보들을 소리 기준으로 걸러낸다. 가족 모두 부르기 편한지, 두 음절 안에 드는지, 명령어와 겹치지 않는지 확인하면 된다. 정리하면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부르기 쉬운 이름을 먼저 추리고, 그 안에서 원하는 기운의 발음오행을 가진 이름을 고르는 것이다. 반대로 오행을 맞추려다 발음이 어색해지면, 전통 작명에서도 권하듯 과감히 소리를 우선하는 편이 사람에게도 개에게도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