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계와 MBTI 전문가 모두 유형 궁합을 관계의 성패를 예측하는 도구로 보지 않는다. 같은 유형 커플과 반대 유형 커플은 저마다 편안함과 자극이라는 장점, 그리고 서로 다른 약점을 안고 있다. 장기적인 만족은 유형 조합보다 두 사람이 얼마나 솔직하게 대화하느냐에서 갈린다.
MBTI 궁합표에서 내 유형과 연인의 유형이 만나는 칸을 보면 '최고의 궁합' 혹은 '상극' 같은 판정이 떠 있다. 재미로 보기엔 좋지만, 그 결과에 관계의 미래를 걸 필요는 없다.
세계일보 보도에서 한국MBTI연구소 김재형 연구부장은 정식 검사 결과라도 설문 응답만으로 한 사람의 성격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MBTI를 궁합 판정 도구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틀로 쓰라고 권한다. 같은 유형이냐 반대 유형이냐는 출발점일 뿐, 결론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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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는 네 축으로 사람을 나눈다. 에너지를 밖에서 얻느냐 안에서 얻느냐(E·I), 정보를 사실로 받느냐 가능성으로 받느냐(S·N), 판단할 때 논리를 앞세우느냐 감정을 앞세우느냐(T·F), 생활을 계획대로 끌고 가느냐 상황에 맞추느냐(J·P)다.
커플 사이의 마찰은 대개 뒤쪽 두 축에서 난다. 힘든 일을 털어놓을 때 해결책부터 내미는 T와 공감을 먼저 바라는 F, 주말 계획을 미리 짜두려는 J와 그때그때 정하려는 P가 대표적이다.
같은 유형끼리는 말이 빨리 통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의 반응이 예상되고, 쉬는 방식이나 돈 쓰는 기준이 비슷해 다툴 일이 줄어든다.
문제는 약점도 똑같다는 데 있다. 둘 다 계획을 미루는 성향이면 중요한 결정이 계속 밀리고, 둘 다 갈등을 피하면 쌓인 감정이 터질 때까지 방치된다. 실제로 300편 넘는 연구를 묶은 2008년 메타분석은 성격 유사성이 첫 호감에는 도움이 되지만 오래가는 관계의 만족에는 뚜렷한 효과가 없다고 봤다. 장기 부부를 12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성격이 비슷할수록 만족도 하락이 오히려 더 가파른 경우도 나타났다.
정반대 유형은 서로 없는 것을 채워준다. 즉흥적인 사람 곁의 계획형이 일정을 챙기고, 논리형 곁의 감정형이 관계의 온도를 살핀다. 새로움이 주는 끌림도 분명하다.
다만 그 끌림이 오래 간다는 증거는 약하다. 서로 다른 성격이 만족을 높인다는 상보성 가설은 주로 낯선 사람에 대한 첫인상 실험에서 확인됐을 뿐, 장기 관계에서의 검증은 부족하다. 현실에서는 같은 상황을 두고 한쪽은 '왜 저렇게 계획에 집착하지', 다른 쪽은 '왜 아무것도 정하지 않지'로 읽으며 오해가 쌓이기 쉽다.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다. 같은 메타분석은 실제로 성격이 얼마나 비슷한지보다, 서로 통한다고 '느끼는' 정도가 관계의 성공을 더 잘 예측한다고 봤다. 홍콩의 젊은 커플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유사성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늘어난 솔직한 자기노출이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정리하면 이렇다. 유형이 같든 다르든, 자기 생각을 솔직히 꺼내 놓고 상대의 방식을 이해하려는 커플이 더 오래 잘 지낸다. 궁합표의 색깔이 관계를 정하는 게 아니다.
다섯 가지 중 '그렇다'가 많다면, 유형 조합이 무엇이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