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택일은 그해 흉방을 먼저 피하고, 결혼 택일은 신랑·신부 사주의 충·형을 먼저 걸러낸다. 같은 손 없는 날이라도 목적에 따라 무엇을 우선하는지가 다르다는 뜻이다. 이사·결혼·개업 중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방위·사주·길신 가운데 무엇부터 확인할지 순서를 정하면 된다.
이사, 결혼, 개업 모두 '손 없는 날'을 따진다는 점은 같다. 손(損)은 방향을 돌며 사람 일을 방해한다는 민간의 방위 귀신인데, 음력 끝수가 9와 0인 날(9·10·19·20·29·30일)에는 손이 하늘로 올라 어느 방향에도 없다고 봤다. 그래서 이 며칠은 세 대사에 두루 써왔다.
하지만 손 없는 날만으로는 결정이 끝나지 않는다. 날이 겹쳐도 이사에서 챙기는 것과 결혼에서 챙기는 것이 다르다. 이사는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 결혼은 '두 사람 사주가 맞느냐'를 먼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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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택일의 중심은 날짜보다 방향이다. 그해 흉하다고 보는 방위를 피하는 것이 핵심인데, 대표적인 것이 대장군방과 삼살방이다. 대장군방은 한동안 손대지 않는 게 좋다고 여겨온 방향이고, 삼살방은 그해 간지에 따라 흉한 기운이 모인다고 본 세 방향이다.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것이 기준 시점이다. 삼살방 같은 세시 방위는 양력 1월이나 음력 설이 아니라 동지를 기준으로 그해를 나눈다. 그래서 연말·연초 이사는 어느 해 방위를 적용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새집 방향이 올해 흉방인지를 먼저 보고, 손 없는 날은 그다음에 맞추면 된다.
결혼 택일은 방위를 거의 보지 않는다. 대신 신랑과 신부의 사주를 본다. 흔히 '신부 기준'이라 알려져 있지만, 명리에서는 한쪽만 기준으로 삼지 않고 두 사람 사주를 동등하게 놓고 맞는 날을 찾는 것이 원칙이다.
구체적으로는 두 사람의 일주(태어난 날의 간지) 지지와 충(沖)하거나 형(刑)하는 날을 먼저 걷어낸다. 그 뒤 혼인에 꺼리는 흉살과 월기일(음력 5·14·23일)을 빼고, 전통적으로는 천기대요의 혼인택일법에 나오는 길일을 고른다.
손 없는 날은 민속 관습일 뿐 명리 택일의 기본 조건은 아니다. 결혼에서 손 없는 날만 보고 정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개업 택일은 이사와 결혼의 중간처럼 보이지만 기준은 또 다르다. 이사처럼 방위를 따지지 않고, 결혼처럼 두 사람 사주를 맞출 일도 없다. 대신 그날이 개업 길신에 드는지를 본다.
전통 방식으로는 화해·절명·수사·복단일·월기일 같은 꺼리는 날을 빼고, 황도일 등 길신에 드는 날을 고른다. 날짜 계산은 음력월이 아니라 절기력을 쓴다는 점이 결혼과 갈린다. 다만 개업은 택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요일별 유동 인구나 업종 성수기가 길일보다 매출에 더 영향을 주므로, 길신은 참고만 하고 영업 여건과 함께 정하는 편이 낫다.
| 항목 | 이사 | 결혼 | 개업 |
|---|---|---|---|
| 먼저 볼 것 | 방위(대장군·삼살방) | 두 사람 사주 충·형 | 개업 길신·흉일 |
| 그다음 | 손 없는 날 | 흉살·월기일 | 대표자 사주 참고 |
| 방위 | 핵심 | 거의 안 봄 | 거의 안 봄 |
이사라면 새집 방향이 올해 흉방인지부터 확인하고 그 안에서 손 없는 날을 맞춘다. 결혼이라면 달력부터 펴지 말고 두 사람 사주가 부딪히는 날을 먼저 걸러낸다. 개업이라면 흉일을 피한 길신 후보를 추린 뒤 장사가 붙을 요일을 겹쳐 고르는 쪽이 현실적이다.
택일은 관습과 명리에 기댄 판단이라 인과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 다만 목적마다 무엇을 먼저 보는지 알면 엉뚱한 기준에 시간을 버릴 일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