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16개 유형은 심리학자 데이비드 키어시가 정리한 네 기질, SP·SJ·NT·NF로 먼저 묶을 수 있다. 그룹 단위로 큰 성향을 잡으면 유형을 하나씩 외우지 않아도 서로의 차이가 정리된다. 자신의 네 글자 중 기질을 결정하는 글자, 곧 S는 J/P·N은 T/F를 확인하면 결과를 덜 오해하고 읽을 수 있다.
MBTI를 접고 나가떨어지는 곳은 대개 비슷하다. INFP, ESTJ, ENTP… 알파벳 네 자리 조합 열여섯 개를 이름표처럼 외우려니 서로 뭐가 다른지 남지 않는다. 순서를 바꿔도 티가 안 나는 목록은 원래 기억에 잘 붙지 않는다.
방법을 바꾸면 훨씬 수월하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키어시는 이 열여섯 유형을 네 개의 기질로 먼저 묶었다. SP, SJ, NT, NF. 큰 덩어리 넷의 차이를 잡은 다음, 그 안에서 개별 유형이 어떻게 갈리는지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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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어떤 글자로 묶느냐다. 두 번째 글자가 S(감각)인 사람은 네 번째 글자 J/P로 나눈다. 규칙과 계획을 앞세우면 SJ, 즉흥과 유연함을 앞세우면 SP다. 반대로 N(직관)인 사람은 세 번째 글자 T/F로 나눈다. 논리로 판단하면 NT, 가치와 감정으로 판단하면 NF다.
기준이 엇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키어시는 겉으로 관찰되는 행동을 중시했다. 감각형은 세상을 다루는 방식, 곧 질서냐 즉흥이냐에서 차이가 크게 드러나고, 직관형은 판단의 근거, 곧 논리냐 가치냐에서 갈린다고 봤다. 그래서 S는 J/P로, N은 T/F로 자른다.
SP(장인형: ESTP·ISTP·ESFP·ISFP)는 지금 이 순간과 실전에 강하다. 몸으로 익히고 즉시 반응하며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SJ(수호자형: ESTJ·ISTJ·ESFJ·ISFJ)는 책임과 질서를 지킨다. 맡은 일을 끝까지 하고 소속과 규칙을 중요하게 여긴다.
NT(합리형: ENTJ·INTJ·ENTP·INTP)는 원리와 전략을 파고든다. 왜 그런지,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인지를 먼저 묻는다.
NF(이상형: ENFJ·INFJ·ENFP·INFP)는 의미와 관계의 진정성을 좇는다. 사람의 성장과 가치에 마음이 움직인다.
이 네 줄만 잡아도 처음 보는 유형이 어디쯤 서 있는지 감이 온다.
차이가 실감 나는 상황을 하나 대보자. 잡아 둔 주말 여행 계획이 갑자기 틀어졌을 때, SP는 즉석에서 다른 목적지를 잡고 움직이는 쪽이고, SJ는 예약과 일정을 다시 맞추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쪽이다. 같은 감각형이라도 질서를 대하는 태도가 정반대인 셈이다. NT는 왜 계획이 어그러졌는지 원인부터 따지고, NF는 함께 가기로 한 사람의 기분을 먼저 살핀다. 네 기질을 가르는 축이 이렇게 실제 반응에서 드러난다.
기질이 같으면 두 글자를 공유한다. 세부 차이는 나머지 두 글자가 만든다. 예를 들어 NT 넷은 N과 T를 공유하고, E/I(에너지 방향)와 J/P(생활 방식)에서 갈린다. ENTJ는 밖으로 밀어붙이는 지휘형, INTJ는 안에서 설계하는 전략형, ENTP는 논쟁과 아이디어에 강하고, INTP는 혼자 원리를 파는 쪽이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변주로 읽으면 네 유형이 한꺼번에 정리된다.
자신의 네 글자를 받았다면 이 순서로 보면 된다.
이렇게 보면 결과지의 유형 이름 하나에 매달리지 않게 된다. 검사할 때마다 한두 글자가 바뀌어 나오는 경우가 흔한데, 기질이 같으면 큰 방향은 유지된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기질을 가르는 글자, 즉 S의 J/P나 N의 T/F가 바뀌면 해석이 꽤 달라진다. 그 글자만큼은 자신에게 정말 맞는지 다시 따져볼 값이다.
덧붙이면 기질 분류는 사람을 네 상자에 가두는 장치가 아니라 큰 지도를 먼저 쥐여 주는 도구에 가깝다. 세부 성향은 사람마다 다르고 검사 결과도 그날 상태에 따라 흔들린다. 유형 이름 하나에 자신을 고정하기보다 나는 어느 기질에 가까운가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결과를 오래 써먹기에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