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는 속도와 관심이라는 두 축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나눈 검사다. 내면 선호를 재는 MBTI와 달리 상황에 맞춰 행동이 조정되므로 결과가 바뀌는 것이 정상이다. 결과지는 나를 규정하는 딱지가 아니라 상대 유형에 맞춰 전달 방식을 바꾸는 팀 소통의 공용어로 쓸 때 값을 한다.
DISC 결과지에는 보통 주도형(D), 사교형(I), 안정형(S), 신중형(C) 네 가지가 막대그래프로 찍혀 나온다. 이 넉 줄은 성격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두 개의 축이 교차해 만든 사분면 위 좌표다.
한 축은 행동의 속도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쪽에 D와 I가, 천천히 살피며 움직이는 쪽에 S와 C가 놓인다. 다른 축은 관심의 방향이다. 과제와 결과를 먼저 보는 쪽에 D와 C가, 사람과 관계를 먼저 보는 쪽에 I와 S가 놓인다. 그래서 D는 빠르면서 과제 중심, I는 빠르면서 사람 중심, S는 느리면서 사람 중심, C는 느리면서 과제 중심이다. 유형 이름을 외우기보다 이 두 축의 조합으로 읽으면 결과지가 훨씬 단순해진다.
이 틀은 1928년 심리학자 윌리엄 몰턴 마스턴이 저서 '보통 사람의 감정(Emotions of Normal People)'에서 제시한 행동 분류에 뿌리를 둔다. 회사가 이걸 시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재려는 것이 숨은 자아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일하는 방식이라, 팀을 짜고 소통 방식을 맞추는 실무 판단에 바로 갖다 쓰기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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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를 두 번 받아보고 결과가 달라져 "검사가 부실한가"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건 설계된 결과에 가깝다.
DISC와 MBTI는 애초에 재는 대상이 다르다. MBTI는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으로 판단하는지 같은 내면의 인지 선호를 묻는다. 반면 DISC는 갈등이 생겼을 때, 압박을 받을 때, 팀과 말을 섞을 때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본다. 눈에 보이는 행동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조정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DISC 도구는 결과를 자연 성향과 적응 성향 두 층으로 나눠 보여준다. 자연 성향은 편하게 있을 때의 기본값이고, 적응 성향은 지금 이 직무와 조직에 맞춰 끌어올리거나 눌러 둔 모습이다. 부서를 옮기거나 팀장이 바뀌면 적응 성향 쪽 수치가 움직인다. 결과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환경에 맞춰 행동을 바꾸고 있다는 신호를 읽는 셈이다.
수치로도 성격이 다르다. 잘 설계된 DISC는 짧은 기간 재검사에서 지배적 유형이 대체로 유지돼 신뢰도가 0.85를 넘는다는 보고가 있다. 반면 MBTI는 5주쯤 뒤 다시 풀면 약 절반이 다른 유형으로 나온다는 연구가 오래 인용돼 왔다. 두 검사 모두 재검사에서 흔들리지만, DISC는 그 흔들림 자체를 '적응'으로 해석해 쓰는 도구다.
혼자 유형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면 검사를 받은 값을 못 한다. 쓸모는 상대의 유형에 맞춰 내 전달 방식을 바꿀 때 나온다.
주의할 점은 이 넉 줄이 사람을 규정하는 딱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검사가 유용한 조건은 분명하다. 서로 소통 방식이 달라 자꾸 어긋나는 팀이라면, 상대를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축이 다른 사람'으로 바꿔 보는 공용어로 쓸 때다. 반대로 결과를 근거로 특정 직무에 사람을 못 박거나 채용을 가르는 잣대로 쓰면, 원래 측정하지 않기로 한 것까지 재는 셈이라 검사의 근거를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