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하는지, 즉 겉으로 드러나는 성향과 선호를 나누는 검사다. 반면 에니어그램은 그 행동 뒤에 있는 핵심 동기와 두려움을 아홉 유형으로 설명한다. 자신의 성향과 소통 방식을 알고 싶으면 MBTI를, 반복되는 감정과 행동의 이유를 알고 싶으면 에니어그램을 고르는 편이 목적에 맞는다.

MBTI로 자신을 설명하는 데 익숙하다면, 에니어그램을 볼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두 검사가 아예 다른 지점을 잰다는 사실이다. MBTI는 '나는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는가'를, 에니어그램은 '나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를 다룬다. 앞은 방식이고 뒤는 동기다. 그래서 MBTI 유형이 같아도 속마음의 동기는 서로 다를 수 있고, 두 결과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서로 다른 층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Mikhail Nilov
MBTI는 카를 융의 심리유형론을 바탕으로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만든 자기보고식 검사다. 네 개의 이분법 축으로 성향을 나눈다. 에너지가 밖으로 향하는지 안으로 향하는지(E-I), 정보를 감각으로 받는지 직관으로 받는지(S-N), 판단을 논리로 하는지 가치로 하는지(T-F), 생활을 계획적으로 꾸리는지 유연하게 두는지(J-P)다. 이 조합으로 16가지 유형이 나온다.
조금 더 들어가면 MBTI는 이 축들을 인지기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마다 주로 쓰는 기능(주기능)이 있고, 그것을 받치는 보조기능과 잘 안 쓰는 열등기능이 위계를 이룬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MBTI가 보여주는 건 내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는가, 즉 겉으로 드러나는 선호와 처리 방식이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의 성격을 아홉 유형으로 나누는데, 기준이 성향이 아니라 핵심 동기와 두려움이다. 각 유형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고, 그것을 피하려 어떻게 움직이는가'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1번(개혁가)은 결함 있는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완벽을 추구한다. 겉으로 보이는 꼼꼼함이 아니라, 그 꼼꼼함을 낳는 두려움이 유형의 뿌리인 셈이다.
아홉 유형은 세 개의 중심으로 묶인다. 8·9·1번은 본능(장) 중심으로 분노와, 2·3·4번은 감정(가슴) 중심으로 수치심과, 5·6·7번은 사고(머리) 중심으로 두려움과 주로 연결된다. 여기에 양옆 유형의 영향을 보는 날개, 안정될 때와 스트레스 받을 때 다른 유형으로 움직이는 통합·분열 개념이 더해진다. 결국 에니어그램은 같은 행동이라도 그 아래에 깔린 동기를 파고든다.
둘은 경쟁하는 검사가 아니라 다른 질문에 답하는 도구다. 그래서 선택은 '지금 내가 무엇을 알고 싶은가'로 나누는 편이 깔끔하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는 편이 좋다. 두 검사 모두 자기가 응답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참고 도구이지, 사람을 확정 짓는 라벨이 아니다. 에니어그램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고, MBTI 역시 신뢰도와 타당도를 두고 논쟁이 이어진다. 결과를 나를 이해하는 실마리로 삼되, '나는 이런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결론까지 밀고 가지 않는 선에서 쓰는 것이 두 도구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