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일력은 날마다 간지(일진)와 손없는날·황도흑도 같은 길흉 표기가 함께 적힌 달력이다. 이 표기들은 우선순위가 있어 간지를 먼저 확인하고 손없는날·황도흑도, 본인 사주와의 충·합 순으로 좁혀 읽어야 한다. 결혼처럼 두 사람 사주가 얽히거나 표기끼리 어긋날 때는 혼자 결정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택일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날마다 붙어 있는 두 글자, 곧 간지(干支)다. 갑자·을축처럼 천간 한 글자와 지지 한 글자가 묶여 그날의 일진(日辰)을 이룬다. 60개 조합이 60일 주기로 돌기 때문에 같은 간지는 두 달에 한 번꼴로 돌아온다.
이 간지가 택일의 뼈대다. 손없는날이나 황도 같은 길흉 표기는 모두 이 간지 위에 얹히는 정보다. 그래서 표기를 먼저 훑기보다, 후보로 삼은 날의 간지부터 확인하고 나머지를 하나씩 걸러 나가는 순서가 덜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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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귀퉁이에 '손없는날'이 적혀 있으면 대부분 이날부터 본다. 손없는날은 사람을 방해하는 악신 '손(損)'이 하늘로 올라가 자리를 비운 날이라는 민간신앙에서 나왔다. 음력 날짜 끝자리가 9 또는 0인 날, 즉 9·10·19·20·29·30일이 여기 해당해 매달 6일씩 돌아온다.
손은 음력 1일 동쪽에서 시작해 하루씩 시계 방향으로 여덟 방위를 돈다. 8일 북동쪽까지 돌고 나면 9·10일에는 어느 방향에도 없다. 이사 갈 방향에 손이 있으면 피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건 과학적 근거가 있는 규칙이 아니라 관습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는 게 맞다.
간지 옆에 '황도' 또는 '흑도'가 붙는 경우도 있다. 황도일은 좋은 날 여섯 가지, 흑도일은 나쁜 날 여섯 가지로 나뉜다. 판단 방식이 단순하지 않다. 여섯 황도 중 하나만 해당해도 길일로 보지만, 여섯 흑도 중 하나만 걸려도 흉일로 친다.
그래서 손없는날이라고 무조건 안심할 일은 아니다. 손없는날이면서 흑도가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표기끼리 방향이 엇갈릴 때는 어느 하나만 보고 결정하지 말고, 걸린 표기를 모두 적어 두고 비교하는 편이 낫다.
이사는 위 순서만으로도 후보를 좁힐 수 있지만, 결혼은 한 겹이 더 있다. 두 사람의 사주가 함께 얽히기 때문이다. 명리 택일에서는 신랑·신부 각자의 일주(태어난 날의 간지)를 먼저 확인한 뒤, 혼인 날의 지지가 본인 일주 지지와 충(沖)하는 날을 가장 먼저 제거한다.
충은 정면으로 부딪치는 관계다. 자-오, 축-미, 인-신, 묘-유, 진-술, 사-해 여섯 쌍이 대표적이다. 이 충을 걸러낸 다음에야 배우자 인연을 뜻하는 기운이 살아나는 날, 지지가 서로 합(合)하는 날을 우선으로 꼽는다. 전문가들이 손없는날보다 이 순서를 앞세우는 이유다.
여기까지가 택일력을 스스로 읽는 큰 틀이다. 이사처럼 한 사람 기준이면 간지, 손없는날, 황도흑도 순으로 좁혀 대개 후보가 나온다.
문제는 표기끼리 어긋나거나 두 사람 사주가 겹치는 순간이다. 손없는날인데 흑도가 겹칠 때, 후보 날마다 신랑이나 신부의 일주와 충이 걸릴 때, 만세력에서 각자의 일주를 뽑는 것부터 막힐 때가 그렇다. 이럴 때는 달력의 표기만으로 결론을 내기 어렵다. 두 사주의 충과 합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 구간은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지점으로 보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