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는 아이가 태어난 연·월·일·시로 정해지고, 성명학의 작명은 그 사주에서 부족한 기운을 이름으로 보완하는 순서를 따른다. 그래서 제왕절개로 출산일을 택일하는 경우에만 '택일 먼저, 작명 나중'이 성립하고, 자연분만이라면 태어난 뒤 작명하면 된다. 어느 쪽이든 산모와 아기의 건강이 먼저이며, 이름은 출생신고 기한 안에 정하면 되므로 서두를 이유가 없다.

작명과 택일 중 무엇이 먼저냐는 질문의 답은 사실 정해져 있다.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로 구성되고, 성명학에서 말하는 작명은 그 사주를 들여다본 뒤 부족한 기운을 이름으로 채우는 작업이다. 사주가 있어야 그에 맞춘 이름을 지을 수 있으니, 논리적으로 이름은 언제나 사주 다음이다.
그래서 갈림길은 분만 방식이다. 자연분만은 아이가 나오는 날을 사람이 고를 수 없다. 이 경우 사주는 출생과 동시에 확정되고, 작명은 그 뒤에 하게 된다. 택일이라는 단계 자체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반대로 제왕절개로 수술 날짜를 미리 잡는다면, 그 날짜와 시각이 곧 아이의 사주가 된다. 이때는 '택일 → 출생 → 작명' 순서가 성립한다. 최근에는 부모의 사주까지 맞춰 제왕절개 예정일을 고르려는 흐름이 있고, 여기에 AI를 쓰는 부모도 등장했다.

Vidal Balielo Jr.
택일은 작명의 재료인 사주 자체를 정하는 일이라, 이름에 앞서는 근본에 해당한다. 겨울이나 초봄에 태어난 아이에게는 따뜻한 화(火) 기운의 글자를, 한여름에 태어난 아이에게는 이를 식히는 수(水)·금(金) 기운의 글자를 넣는다는 식의 성명학 원리도 결국 태어난 계절, 즉 사주에서 출발한다. 택일이 바뀌면 보완해야 할 기운도 바뀌는 셈이다.
다만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사주가 출생 일시로 정해진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날짜가 '좋은 사주'라거나 이름이 운을 바꾼다는 것은 성명학과 역술의 견해다. 실제로 택일을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좋은 이름으로 사주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는 쪽이 있는가 하면, 인위적으로 날을 잡아 꺼낸 사주는 원래 태어날 날의 사주가 아니라며 회의적으로 보는 쪽도 있다. 어느 관점을 택하든, 택일이 이름 짓기의 앞단이라는 순서만큼은 달라지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성명학을 따르지 않고 뜻과 발음만 보고 이름을 짓는 부모도 많다. 이 경우엔 사주도 택일도 이름과 무관하니 순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순서 문제는 어디까지나 사주를 이름에 반영하겠다고 결정한 사람에게만 생긴다. 그러니 먼저 정할 것은 날짜가 아니라 '우리 집은 사주를 이름에 반영할 것인가'라는 방침이다.
정리하면 확인 순서는 이렇게 잡는 편이 현실적이다.
작명이든 택일이든 아이를 위한 정성이지만, 그 정성이 건강이라는 대전제를 넘어서면 곤란하다. 순서는 분만 방식이 정해주고, 나머지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택하면 된다.